나는 오래전 캘리포니아의 한 사막에서 Trona 또는 Searles Valley 라고 불리우는 폐허가 된 유령 도시를 발견했다.
서울이라는 문명 도시 한가운데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너무도 비현실적인 풍경속에 자리한 이 다 쓰러져가는 유령 도시는
강력한 인상을 남겼으며 나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고 그 이끌림 끝에 나는 이 유령 도시에 대한 개인적인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글은 찬란한 황무지 개척의 역사가 담겨 있는, LA에서 3시간정도 거리에 있는 작은 유령 도시 'Trona'에 관한 이야기이다.
때는 2018년 11월 무렵, 그 당시 나는 미국으로 유학을 와 있던 유학생이었다. 그날 나는 학교를 마치고 LA의 Wiltern Theater에서 밴드 Behemoth의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다.그러던 와중 문득 친구에게 그 유명한 'Death Valley' 에 한번 가보는게 어떻냐고 꼬드겼고 마침내 우리는 동트기 전 (새벽 3~4시) 정도에 데스 벨리를 향해 출발했다.
정말로 가로등 하나 없고 사방에는 모래더미 뿐인, 끝나지 않을것만 같은 왕복 2차선 도로를 한참 달리던 와중 우리는 인터넷이 전혀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이곳 출신도 아니고,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사막을 구글맵에 의존해가다가 인터넷이 전혀 되지 않아 구글맵이 먹통이 되버리니 상당히 당황하게 되었다. 더군더나 인간의 흔적이라곤 전혀 찾아볼수 없었던 곳에서 기름까지 거의 떨어져 가니 우리는 어두운 사막 한가운데에서 차를 잠깐 세워서 담배를 한대 태우고 온 길을 되돌아 가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인터넷과 핸드폰 모두가 터지지 않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동이 트기 시작했고, 이내 태양은 내가 태어나서 한번도 보지 못했던 색감으로 세상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지구가 아닌듯한 색감과 풍경에 압도되어 전율이 돋았고, 이 즉시 나는 이 미지의 장소와 사랑에 빠졌다.
정신을 가다듬고 친구와 차를 사막 한구석에 세워두고 모래 언덕을 올라 본격적으로 이 미지의 장소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닿는 모든 곳이 태어나서 한번도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곳이었다. 발길이 닿는 모든 곳이 이상한 모양과 이상한 색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순간, 그 곳은 내가 알고 공부했던 세상의 상식과 이치가 무의미함은 물론이요 전혀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나와 친구는 모래 언덕의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인간의 흔적을 발견 했고, 어차피 한칸 남짓 남은 기름으로도 인터넷이 되는 곳까지 되돌아가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언덕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던 인간의 흔적에서 주유소가 있기를 기대하며 그 곳으로 운전해 갔다.
"여기서 알짱거리다간 살해당할수도 있겠다"
Trona를 처음 발견한 나의 본능적인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까딱 잘못하다가는 죽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그 인간의 흔적에 도달한 우리는 이곳이 'Trona' 라고 불리우는 곳이라는걸 알아냈다.
핸드폰 신호도 인터넷도 없는 황무지 한가운데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마을의 대부분의 건물은 족히 100년은 되 보이는 비주얼을 자랑했고 그마저도 거의 대부분은 반쯤 쓰러져 있거나 창문이나 지붕이 뜯겨져 나간 흉가의 상태였다.
더군더나 마을 한가운데에 위치한 광산, 혹은 공장으로부터는 여전히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에 아직 운영중인 곳으로 추정해볼수 있었다. 많지는 않지만 사람들을 간간히 볼수 있었으며 그들의 대부분은 언제 구입했고 언제 세탁했는지 가늠이 안되는 옷을 아무렇게나 걸치고 있었고 얼굴은 사막의 태양과 황폐함이 그들에게 끼친 영향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수 있었다.
길거리에는 쓰레기와 오래된 (50년 이상) 자동차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고 이 마을은 인간에게 필요한 그 어떠한 인프라도 제공되지 않는듯 보였다. 이런 곳에서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하니 공포심이 생겼다.
더군더나 나는 그 마을에 있는 유일한 동양인이었다고 확신한다.
이것이 'Trona' 의 첫인상이었다.
황폐해진 트로나의 현재 모습
이후로도 나는 수년간 몇번이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수 십번은 그곳을 들락거렸다.
그곳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그야말로 '신세계' 였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모습에 작지 않은 규모이지만 폐허가 되어 버린
이 'Trona'라는 마을과 사람들, 그리고 역사에 대해 더욱 깊숙히 알고 싶어졌다.
우선 Trona 라는 마을은 2019년 대지진으로 유명해진 사막 도시 'Ridgecrest' 와 가까운 Searles Lake에 위치한다.
LA에서는 차로 대략 3시간 정도면 Trona에 닿을수 있다.
알다시피 미국의 이런 사막에는 각종 군사 기지와 연구, 실험 시설이나 비밀 기지들이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그곳의 노동자들이 거주하고 생활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가 바로 'Ridgecrest' 이다. Trona는 이 Ridgecrest에서 40분 가량 떨어져 있다.
그리고 주변에는 유명한 관광지인 Death Valley가 위치해 있고, LA에서 Death Valley를 간다면 거의 무조건 이 'Trona' 라는 마을을 거쳐서 데스 밸리로 가게 될 것이다.
Trona는 3개의 구역으로 길게 나누어져 있다. 거창하진 않지만 윗마을, 시내, 아랫마을 정도의 개념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제일 아래에 위치한 Argus, 중간의 Trona, 제일 위쪽에 위치한 Pioneer Point, 이 3 구역이 통상적으로 'Trona' 라고 불리우는 마을을 구성하고 있다. 절대로 작은 규모의 마을이 아니다.
트로나의 전경
이 지역은 과거에 최대 200m 깊이의 수심을 가지고 있던 호수였다. 수십만년간 물이 찼다가 증발되었다가를 반복하며 다양한 미네랄이 호수 바닥에 침전되었고 그 결과 1870년대 무렵 John Searles의 'San Bernardino Borax Mining Company'를 필두로 말라버린 호수 바닥에서 붕사를 채굴하기 위해 사람들이 왕래하기 시작했다.
1800년대 중반 아무것도 없던 Searles Valley (Trona) 의 모습
전설적인 John Searles의 노새 운반 그룹의 사진
그들은 Long Beach 인근 San Pedro의 항구까지 채취한 붕사를 20여 마리의 노새로 편도 175마일 거리를 운반하였으며
마침내 1873년 인근 모하비 사막에 철도가 건설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마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설적인 John Searles의 San Bernardino Borax Mining Company 의 모습과 호수에서 붕사를 채취하던 그들의 모습
이들이 머물던 초기 정착지의 모습. 노동자들을 위한 쉼터와 바 역할을 하던 첫 상업 시설 'Searles Cabin' 주변의 모습
트로나의 사람들은 그곳에서 부는 강렬한 모래바람을 이용한 일종의 '풍차' 를 이용해 이동하기도 했다.
마침내 철도가 이 지역에 놓임과 동시에 본격적인 마을 개발에 착수하였다.
1913년에 공식적인 마을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붕사와 탄산소다 그리고 칼륨을 본격적으로 채취하기 위해 공장이 대대적으로 설립 되었고 공장의 임직원과 노동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일종의 '회사 타운'의 성격을 가지고 마을이 만들어 지기 시작했다.
광산 회사는 임직원과 노동자들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센터, 도서관, 학교 그리고 주택과 상점 등 인프라들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임직원과 노동자들은 현금 대신에 마을에서 사용할수 있는 '전표'의 형식으로 급여를 지급 받았고 그들이 그 전표로 마을에서 경제 활동을 하면서 마을은 꾸준히 성장했고 인근 사막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특이한 사막도시로서 번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함에 따라 Trona 지역 광산이 화약 생산의 중요한 원료인 칼륨의 미국내 유일한 공급원이었기 때문에
Trona에는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일자리가 생겨나면서 Trona에는 유래없던 호황이 시작되었다.